나의 이야기

12월 저녁의 편지/안도현

ys형님 2020. 12. 4. 07:42

12월 저녁의 편지 안도현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