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ys형님 2013. 11. 19. 18:49

 

 

 

 

 

 

 첫눈 오는 날 만나자.....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같은

흰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는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것은
그 얼마나 축복인가

 

 

♬ ...I Love you / Giovanni Marradi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첫눈,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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