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손님과 함께 살구꽃 아래에서 술 마시며 - 소식>
살구꽃이 발로 날아들어 남은 봄마저 흩뜨리는 듯 한데, (흩어지는 살구꽃잎과 함께 봄이 흩어진다는 뜻)
밝은 달이 문으로 들어와 고요히 사는 사람 찾아온다. (달빛을 의인화 하여 달빛이 그윽히 살아가는 작자를 방문 했다는 뜻)
옷자락 걷고 달 아래 거닐며 꽃 그림자 밟노라니,
환하기가 마치 흐르는 물에 푸른 개구리밥 적시는 듯 하다.
꽃 사이에 술자리 펴니 맑은 향기 피어나고,
다투어 긴 가지 끌어당기니 향기로운 꽃잎 눈처럼 떨어진다.
이 산성의 묽은 술은 마실 만한 것이 못되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술잔 속의 달이라도 마시게나.
퉁소 소리 끊어지고 달빛만 밝은데,
달도 지고 술잔 빌까 오직 그것이 걱정이네.
내일 아침 땅을 말 듯 봄바람이 거세게 불면,
다만 푸른 잎 사이에 지다 남은 붉은 꽃만 보이리. ************
달빛 밝은 봄밤, 살구꽃 아래에서 술을 마신 것을 읊은 시이다. 고사를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는 것과 시구가 더 없이 청신(淸新)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동파는 외경(外境)묘사에 뛰어났는데, 의인법과 비유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달빛 밝은 봄밤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동파의 시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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