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의 향기
<한효순>
열두 대문 활짝 열어 곰팡진 귀퉁이 햇살 아래 펼치고 얼룩 위에 그늘질까 조심스레 뗀 발자욱 뒤로 첫 번째 대문 닫히는 소리
귀가 멍하도록 내 팽개치듯 닫긴 문설주에 아쉬움 한 다발 목숨처럼 걸려있다
문틈으로 샌 한줄기 빛에 엿가래처럼 늘어진 그림자 휘청이는 허리춤에 챙긴 바램은 조심스레 들어선 두 번째 마당에서 솔솔 피어나는 꽃향기에 취한다
얼음 밑 개울물 소리 잠든 개구리 귓볼 간질이고 버들강아지 콧노래 시작된다

2월을 사랑하소서
<이민영>
2월은 그대 3월의 향 샘 맞는 기다림 그이를 두고 온 사랑, 잠시녘의 겨울 마무리하고 봄 여는 길목에는 설레임으로 파릇한 바램 하늘까지 부풀어 있습니다
내려놓은 뿌리로 겨울 상채기를 안아 씨로 틔우려는 땅 꽃의 눈물 길다랗게 넓다랗게
내준 발자욱 소리로 동면을 깨우고 가지는 가지 위로 물은 물 위로 땅은 땅 위로 계곡마다 드리워진 힘 줄 세어가며 나란히 나란히 고사리 손 모아 손짓하며, 역동의 산과 들 움직이는 빌딩과 자동차의 웃음치는 경적 태어나는 마을에서 보도 위에는 새악시 같은 햇볕의 미소 아침의 눈물,
함박 웃음 위 백마탄 기사가 아기가 되 속삭입니다
"그래 이제는 봄님이 오시는 거니 하늘가로 나오렴 들로 내리렴 햇살 든 정원에는 우리들 웃음만 물결처럼 일렁이는 붉어진 볼조금 누렁소, 사철나무의 손 사래, 싹들이 되어진 세상의 봄님과 함께 하는거니 이쁜 옷고름도 볕에 축이게...."
가슴 쿵쿵 뛰며 얼굴 달아 오르며 봄맞이 합니다 아픔으로 살이 되어 온 이름들의 차가운 공간을 파고드는 생의 갈피조차 제게는 움의 씨, 모든 것들의 根原이자 始作이 됩니다
일년을 서기로 용솟음치니 시작이 무르익고 봄도 무르익는 시작함 여름 뒤 가을, 가을 뒤 겨울마져 다정으로 올 것 같고 설레임으로 황홀한 소년 소년의 소녀는 새악시가 되어 있습니다
조바심않고 여유로워 편지를 씁니다 겨울의 마지막 달은 편지를 씁니다 행복합니다 2월에 쓴 편지는 사랑하여 쓴 편지 글로 부쳐집니다
봄에 님을 만날 것을 그사랑 만나서 여름에는 익힐것을 익혀가는 것을 준비할 것을 그렇게 만난 우리는 가을이 오면 님과 나의 집을 지을 것을 파란 동산이 단풍으로 수 놓던날 위에 작으나 성실하게 소중한 우리의 연가를 부를 것을
詩를 짓고 님은 바이올린을 켜고 詩를 짓고 님은 노래를 부르고 삶의 사랑 고뇌일지라도 향긋한 인생의 새벽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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