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월의 향기/2월을 사랑하소서

ys형님 2020. 2. 23. 22:16

 

 

2월의 향기

 

 

<한효순>

 

 

열두 대문 활짝 열어
곰팡진 귀퉁이 햇살 아래 펼치고
얼룩 위에 그늘질까
조심스레 뗀 발자욱 뒤로
첫 번째 대문 닫히는 소리

귀가 멍하도록
내 팽개치듯 닫긴 문설주에
아쉬움 한 다발
목숨처럼 걸려있다

문틈으로 샌 한줄기 빛에
엿가래처럼 늘어진 그림자
휘청이는 허리춤에 챙긴
바램은
조심스레 들어선 두 번째 마당에서
솔솔 피어나는 꽃향기에 취한다

얼음 밑 개울물 소리
잠든 개구리 귓볼 간질이고
버들강아지 콧노래 시작된다

 

 

2월을 사랑하소서

<이민영>

 

 

2월은
그대 3월의 향
샘 맞는 기다림
그이를 두고 온 사랑,
잠시녘의 겨울 마무리하고
봄 여는 길목에는 설레임으로 파릇한 바램
하늘까지 부풀어 있습니다

내려놓은 뿌리로 겨울 상채기를 안아
씨로 틔우려는 땅 꽃의 눈물
길다랗게
넓다랗게

내준 발자욱 소리로 동면을 깨우고
가지는 가지 위로 물은 물 위로 땅은 땅 위로
계곡마다 드리워진 힘
줄 세어가며
나란히 나란히
고사리 손 모아 손짓하며,
역동의 산과 들
움직이는 빌딩과 자동차의 웃음치는 경적
태어나는 마을에서
보도 위에는 새악시 같은 햇볕의 미소
아침의 눈물,

함박 웃음 위 백마탄 기사가 아기가 되 속삭입니다

"그래 이제는 봄님이 오시는 거니
하늘가로 나오렴 들로 내리렴
햇살 든 정원에는 우리들 웃음만
물결처럼 일렁이는 붉어진 볼조금
누렁소, 사철나무의 손 사래, 싹들이 되어진 세상의
봄님과 함께 하는거니 이쁜 옷고름도 볕에 축이게...."

가슴 쿵쿵 뛰며
얼굴 달아 오르며
봄맞이 합니다
아픔으로 살이 되어 온 이름들의
차가운 공간을 파고드는 생의 갈피조차
제게는 움의 씨,
모든 것들의 根原이자 始作이 됩니다

일년을 서기로 용솟음치니 시작이 무르익고
봄도 무르익는 시작함
여름 뒤 가을, 가을 뒤 겨울마져 다정으로 올 것 같고
설레임으로 황홀한 소년
소년의 소녀는 새악시가 되어 있습니다

조바심않고 여유로워 편지를 씁니다
겨울의 마지막 달은 편지를 씁니다
행복합니다
2월에 쓴 편지는
사랑하여 쓴 편지 글로 부쳐집니다

봄에 님을 만날 것을
그사랑 만나서 여름에는 익힐것을
익혀가는 것을 준비할 것을
그렇게 만난 우리는
가을이 오면 님과 나의 집을 지을 것을
파란 동산이 단풍으로 수 놓던날 위에
작으나 성실하게 소중한
우리의 연가를 부를 것을

詩를 짓고 님은 바이올린을 켜고
詩를 짓고 님은 노래를 부르고
삶의 사랑
고뇌일지라도 향긋한 인생의 새벽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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