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찬가

ys형님 2020. 1. 22. 12:32

겨울찬가


겨울에는 여행을 떠나야겠다

벌거벗은 나무에 하얗게 눈 옷 입힌 ,

발자욱 찍히지 않는 땅 위 갖가지의 눈 옷들을 봐야겠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않는

눈부시게 우아한 눈옷 입은 끝없는 들판

그것만 보아도 온 몸이 녹고 온 마음이 녹아내리니 ,

입에 데일 듯 따끈따끈한 차 한잔 보다도

친구와의 그 어떤 수다보다도

명쾌해지니 나는 떠나야겠다

겨울에는 외로워야겠다

발목 위까지 덮는 눈을 저벅저벅 밞으며 걸어가다보면

내 삶의 뒤안길이 보이니 ,

나는 외로워야겠다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를

힘들었던 이유와 판단했던 이유와

증오했던 이유들이 보이니

그 덩어리를 안고

걸어가다보면

걸어온 내 발자욱들이 더욱 선명해지고

어느새 덩어리들은 가루가 되어  

다시는 그 길을 돌아가고 싶지 않는 마음이 되니 ,

나는 외로워야겠다

겨울에는 머물러야겠다

꽃이 피고 열매맺고 씨 뿌리기보다

그 모든 것을 품고 안는 겨울을 닮아야겠다


이제 와보니 겨울은

벌거벗고 춥고 스산한 것이 아닌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안고 품으며 다스리고 초연해진

승자의 모습였네

고통의 눈덩이들이 가루가 되어

세상에 흩뿌리는 신비의 눈가루였네

이제 또 다른 느낌으로 바라볼

다음 해 겨울이, 세상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니 ,

그랬던 것처럼

겨울여행을 떠나야겠다

                         < 겨울찬가  / 이경란 >

따뜻한 햇살은 추위속에 빛을 발한다

 눈부신 빛은

추위속에 더 강렬한 느낌으로 와 닿고

차 한잔의 따뜻함도 추위속에 더 귀한 듯하다

그런 겨울의 느낌들이 좋고

겨울에 쓰는 시의 소재들이 많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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