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찬가 겨울에는 여행을 떠나야겠다 벌거벗은 나무에 하얗게 눈 옷 입힌 , 발자욱 찍히지 않는 땅 위 갖가지의 눈 옷들을 봐야겠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않는 눈부시게 우아한 눈옷 입은 끝없는 들판 그것만 보아도 온 몸이 녹고 온 마음이 녹아내리니 , 입에 데일 듯 따끈따끈한 차 한잔 보다도 친구와의 그 어떤 수다보다도 명쾌해지니 나는 떠나야겠다 겨울에는 외로워야겠다 발목 위까지 덮는 눈을 저벅저벅 밞으며 걸어가다보면 내 삶의 뒤안길이 보이니 , 나는 외로워야겠다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를 힘들었던 이유와 판단했던 이유와 증오했던 이유들이 보이니 그 덩어리를 안고 걸어가다보면 걸어온 내 발자욱들이 더욱 선명해지고 어느새 덩어리들은 가루가 되어 다시는 그 길을 돌아가고 싶지 않는 마음이 되니 , 나는 외로워야겠다
겨울에는 머물러야겠다 꽃이 피고 열매맺고 씨 뿌리기보다 그 모든 것을 품고 안는 겨울을 닮아야겠다 이제 와보니 겨울은 벌거벗고 춥고 스산한 것이 아닌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안고 품으며 다스리고 초연해진 승자의 모습였네 고통의 눈덩이들이 가루가 되어 세상에 흩뿌리는 신비의 눈가루였네 이제 또 다른 느낌으로 바라볼 다음 해 겨울이, 세상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니 , 늘 그랬던 것처럼 겨울여행을 떠나야겠다 < 겨울찬가 / 이경란 > 따뜻한 햇살은 추위속에 빛을 발한다 눈부신 빛은 추위속에 더 강렬한 느낌으로 와 닿고 차 한잔의 따뜻함도 추위속에 더 귀한 듯하다 그런 겨울의 느낌들이 좋고 겨울에 쓰는 시의 소재들이 많아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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