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박영근 바람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떨구는 옛기억들을 받아 저렇게 또다른 길을 만들고 홀로 깊어질 만큼 깊어져 다른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우리들 그 헛된 아우성을 쓸어주는구나
혼자 걷는 길이 우리의 육신을 마르게 하는 동안 떨어질 한 잎살의 슬픔도 없이 바람 속으로 몸통과 가지를 치켜든 나무들
마음 속에 일렁이는 殘燈이여 누구를 불러야 하리 부디 깊어져라 삶이 더 헐벗은 날들을 받아들일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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