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1월/박영근

ys형님 2019. 11. 8. 21:39



11월 /  박영근


바람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떨구는 옛기억들을 받아

저렇게 또다른 길을 만들고

홀로 깊어질 만큼 깊어져

다른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우리들 그 헛된 아우성을

쓸어주는구나

 

혼자 걷는 길이 우리의 육신을 마르게 하는 동안

떨어질 한 잎살의 슬픔도 없이

바람 속으로 몸통과 가지를 치켜든 나무들

 

마음 속에 일렁이는 殘燈이여

누구를 불러야 하리

부디

깊어져라

삶이 더 헐벗은 날들을 받아들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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