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적시는 읽어볼 만한 가을시
![]() 1. 가을에 - 권석창 가을에 잔조로운 햇빛 아래 잊었던 사람의 이름 가만히 불러본다. 입술만 나무 잎처럼 잠시 떨리고 소리는 밖으로 나지 않는다. 이 가을, 바람 소소한 가로수 길을 걸으며 추억으로는 아무래도 갈 수 없어 먼 하늘 보다가 고개 숙이면 포도에 떨어지는 마른 낙엽. 내 그대를 사랑함은 이 마을 저 마을 헤맨 바람이 그대 집 문풍지 흔듦이여. 내 그대를 사랑함은 굴뚝새 낮게 날아 그대 집 처마에 깃듦이여. 지푸라기 더미를 스치는 어지러운 바람이여. 2. 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 그저 막막하더니 집을 나서는데 다 시든 낙엽을 밟으니 발바닥이 도리어 살갑구나. 3.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Autumn Leaves (고엽 枯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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