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슴을 적시는 읽어볼 만한 가을시​

ys형님 2014. 10. 26. 20:07
가슴을 적시는 읽어볼 만한 가을시

1. 가을에 - 권석창

 

가을에 잔조로운 햇빛 아래

잊었던 사람의 이름 가만히 불러본다.
입술만 나무 잎처럼 잠시 떨리고
소리는 밖으로 나지 않는다.
이 가을,
바람 소소한 가로수 길을 걸으며
추억으로는 아무래도 갈 수 없어
먼 하늘 보다가 고개 숙이면
포도에 떨어지는 마른 낙엽.
내 그대를 사랑함은
이 마을 저 마을 헤맨 바람이
그대 집 문풍지 흔듦이여.
내 그대를 사랑함은
굴뚝새 낮게 날아
그대 집 처마에 깃듦이여.
지푸라기 더미를 스치는
어지러운 바람이여.

2. 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
그저 막막하더니
집을 나서는데
다 시든 낙엽을 밟으니
발바닥이 도리어
살갑구나.


3.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Autumn Leaves (고엽 枯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