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순수 / 이정하

ys형님 2014. 9. 13. 18:43

뽀뽀

 

순수 / 이정하

 

 

좁은 새장으로야 어디 새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새가 어디를 날아가더라도 내 안에서 날 수 있도록

나 자신이 점점 더 넓어지는 것..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임을

나는 참으로 가슴아프게 깨닫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랬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이성을 처음 사랑한 그 시절,

지금 생각해 보니 참 풋내 나는 시절이었지만

그때만큼 순수하고 진실했던 때는 내 일생에 다시없을 성싶습니다.

 

사람 하나를 사귀더라도 저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될까 안 될까부터 따지는 요즈음,

계산과 이해득실 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그 순수함이

새삼 그립습니다.

 

주는 사랑은 그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영롱하게 빛을 발합니다만..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은 잠시의 반짝거림으로

끝이 나고 맙니다.

 

주는 사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쁨과 행복을 키우지만..

받으려고 하는 사랑은 슬픔과 허무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아무런 바람 없이

그저 주기만 해보세요.

그러노라면 어느덧 더 깊은 사랑이

자신의 가슴 가득 고여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바치는 것은 바다와 같이 한량없으며

애정도 바다와 같이 깊을 것입니다.

바치게 되면 그만큼 많이 갖게 되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가 무한하니까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면 줄수록 가슴속에 채워지는 건 공허함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 그리고 기쁨입니다.

퍼낼수록 그득히 고여 오는 샘물처럼..사랑이란,

주면 줄수록 더욱 넘쳐나는 아주 신비로운 것..

혹시 아시는지요?

 

 

- 이정하 산문집 '돌아가고 싶은 날의 풍경' 中에서 -

 

 

 

당신은 일 년에 몇 통의 편지를 보내는지요?

그리고 자신이 받아 보는 편지는 몇 통쯤 되는지요?

그립고 보고 싶던 사람으로부터 어느 날 날아온 한 장의 편지로 인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듯

어쩔 줄 몰라 하던 날은 없었는지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그대라고 쓰여진 편지 말입니다.

거창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저 안부만 물었을 뿐인

편지를 받고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의 따스한 마음이 거기에 묻어나서 일 겁니다.

 

 

 

늘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너무나 부족해서 행복하지 않다구요?

그러나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들 당신이 과연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으로 자신을 채우려 하기 보다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좀 더 사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소중한 사람

 

하루하루 둔탁해져 가는 마음과 몸을 일깨우면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

아무리 바빠도 내 이웃이 어떻게 사는지

한번쯤 주위를 둘러보며사는 사람.

바쁜 시간을 쪼개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고, 책도 자주 읽은사람.

그리하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알며,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사람.

이런 사람이 진정 우리에겐 소중합니다.

 

 

 

당신의 삶이 단조롭고 건조한 이유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행복합니다

비록 그가 고통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사랑하고 있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만으로도...

 

좌절과 실의에 잠겨 그만 포기하고 체념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겐 아직도 많은 날들이 남아 있습니다"

 

신은 사람들에게 물질을 공평에게 나눠주는 데는 실패했지만

시간은 똑같이 나눠 주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 시간들은 어떻게 이용하실 겁니까?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우리의 사랑법이 지금에 와선 바보스러울지 모르지만...

 

진실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란

풍족함보단 오히려 조금 모자라는 듯한 모습이 아닐까요?

상처받고 얼룩진 삶의 모습.그리고 눈물...

그러나 그 속에서 훈훈하게 비치는 인간미.

거기서 우리는 더욱 진한 삶의 향기를 느낍니다.

 

실패할까 두려워 그 사람을 덜 사랑한다면,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여름날.

덥다고 에어컨 앞에만 있지 말고 바깥에 나가 땡볕에 서 있어 보십시오.

그래서 이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도 한번 느껴보십시오.

아무리 더워도 매미는 우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음의 증거니까요.

 

겉보다는 속을 더 가꾸는 사람.

그런 사람은 자연히 겉도 아름답기 마련입니다.

 

포기할 수 없다면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시작하십시오.

목적지에 닿을 수 없을 지 모르지만, 그곳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수 있다는게 삶의 의미이자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뽀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팔번뇌  (0) 2014.09.14
우리의 소리로 느껴보는 고요한 산사의 명상  (0) 2014.09.14
마음 - 김광섭  (0) 2014.09.13
먼저 주어야만 돌아오는 마음의 메아리  (0) 2014.09.12
초가을 비 그치고  (0) 201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