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워가며 닦는 마음♣

지학스님◇◇◇
모름지기 살아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닦는 마음이다.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 하는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이다.

언제면 내 가슴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구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울가.

늘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 자국엔 물기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 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줄 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지고
달래주질 못하니
한 입 배어 먹었을 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이 너무도 그립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꾹이 목청처럼 피맺히게
토해내는 내 언어들은
죽은 에미의 젖꼭지를
물고 빨아내는 철없는
어린것의 울음을 닮았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곧 나다.
육체 속에 영혼 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다.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변함 없는 나다.

심금을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외침,
외침들 그것도
역시 나다.
나를 채찍 질 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다.
♣비움과 채움~영상시♣
♣[자운선가]깨달음은 비움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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