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슬픔 / 이영옥
너와 함께 강변에 앉아 있었다 미동 없이 앉아 있는 해오라기는 아직도 슬픔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고요한 시간이 마른 날개를 축였다 너는 나에게 물수제비를 떠 주었다
물장구를 치며 멀리 달아나는 돌 너는 웃었고 나는 적막해졌다 너는 돌이 달려간 미래를 생각했고 나는 돌이 내려갈 깊이를 생각했다 존재는 나아가지 않으면 가라앉는다
두 세계는 그렇게 멀어져 갔다 둥근 파문들이 물 위를 지나갔다 그것은 텅 빈 것들의 이어짐이었고 우리들의 외로움도 뒤따라갔다 사라지는 것들의 자욱함에 숨어 우리들의 슬픔도 한껏 부드러워졌다
-『현대시』(2011년 12월호) -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박눈 내리는 아침 (0) | 2013.12.25 |
---|---|
"술과 인생" (0) | 2013.12.22 |
겨울밤/茶友三昧 (0) | 2013.12.20 |
눈 내리는 풍경 (0) | 2013.12.20 |
사랑이라는 이름의 종이배...이정하 (0) | 2013.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