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드러운 슬픔 / 이영옥

ys형님 2013. 12. 22. 19:59

 

 

부드러운 슬픔 / 이영옥

  

 

 

너와 함께 강변에 앉아 있었다

미동 없이 앉아 있는 해오라기는

아직도 슬픔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고요한 시간이 마른 날개를 축였다

너는 나에게 물수제비를 떠 주었다

 

물장구를 치며 멀리 달아나는 돌

너는 웃었고 나는 적막해졌다

너는 돌이 달려간 미래를 생각했고

나는 돌이 내려갈 깊이를 생각했다

존재는 나아가지 않으면 가라앉는다

 

두 세계는 그렇게 멀어져 갔다

둥근 파문들이 물 위를 지나갔다

그것은 텅 빈 것들의 이어짐이었고

우리들의 외로움도 뒤따라갔다

사라지는 것들의 자욱함에 숨어

우리들의 슬픔도 한껏 부드러워졌다

 

 -『현대시』(2011년 1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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