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드라메어,릴케

ys형님 2020. 11. 20. 07:44

가을 드라메어

장미 피었던 곳에 거친 바람 불고

향긋한 풀 무성했던 곳에 찬비 내리고

종달새 즐거이 지저귀던

회색빛 하늘 가파른 곳엔

구름만이 양떼되어 흐른다

너의 머리카락 있던 곳에서 황금빛 찾을 길 없고

너의 손길 있던 곳에선 따스함이 사라진지 오래구나

너의 얼굴을 바라보던 장미 덩굴 아래엔

서글픈 환상만이

너의 망령을 불러들일 뿐이다

너의 목소리 들리던 곳엔 차가운 바람만 스산하고

나의 마음 깃들었던 곳엔 방울방울 눈물이 고인다

또한 한때는 희망이 있던 내 가슴엔

이제는 항상 침묵이 있을 뿐이란다

나의 그리운 사랑아


가을 릴케(1875-1926)

나뭇잎이 떨어진다,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든 듯

저기 아득한 곳에서 떨어진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밤마다 무거운 대지다

모든 별들로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우리 모두가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다른 것들을 보라 떨어짐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이 떨어짐을 한없이 부드럽게

두 손으로 받아내는 어느 한 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