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김종길,김현승

ys형님 2020. 11. 14. 07:24

가을 김종길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가을 김현승(1913-1975) 광주.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김현승 시선집> 관동출판사. 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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