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우리 삶의 심연 그 근저에까지 닿는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생사의 고비마다 희로애락의 순간마다
향수처럼 가슴 깊은 곳으로 젖어 들며
솟쳐 나오는 '어머니!'라는 외침.
기나긴 인생 여정,
때론 마음이 사막처럼 삭막해지는 순간을 만날지라도
'어머니!'라는 한마디 훈풍 향그레 스쳐 가면
모든 게 백화만발의 꽃밭으로 기적같이 변화를 입는,
그러기에 모성의 대한 이해의 정도가
인생에 대한 이해의 척도라 할만큼
깊은 의미를 지닌 삶의 신비,
참으로 모성애에 닿는 그리운 정감
그 느낌을 어찌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마리아...
우리 영혼의 어머니,
'별''진주'라는 본래의 의미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어머니'라는 말만큼이나 따스하게 가슴에 와 닿는,
낳으시고 기르시며 애쓰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영적으로 다하시는 우리 구원의 어머니,
그분의 품에 머무는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품에서 자라나면서
어머니의 품성을 닮아 가듯
그분의 사랑 어린 손길에 의해
하느님의 참된 자녀로 커 갈 것이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모범으로 삼아 따라가야 할
구원의 모델이시다.
그분의 덕성인
깊은 겸손, 생활한 신앙, 맹목적인 순명, 끊임없는 기도,
극기, 티없는 순결, 열렬한 사랑, 영웅적인 인내,
천사 같은 온화하심, 날카로운 지혜 등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우리가 가야 할 구원의 길이요
참 인간에로의 길인 것이다.
이 시대,
우리들은 인류 역사상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시대 상황에 처해 있다.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고 전도서의 설교자는 단언했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문제들뿐이다.
시인 엘리오트의 표현대로 '황무지'같은
시대 현실의 한 가운데에 내 던져진 우리는
쉼없이 휘몰아치는 비인간화의 광풍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마치 고대 희랍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을 켜 들고
"참 사람을 찾노라" 외치며 도시 광장을 돌아다녔던 것처럼
혹은 예언자 예레미야가 올바른 사람을 찾아
예루살렘 장터를 헤맸던 것처럼
참 인간을 갈구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 눈앞에 실루엣처럼 선명히 모습을 드러내며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가 있으니 바로 성모 마리아이시다.
우리는 그분에게서
오직 하느님의 뜻 안에서만 살았기에
지음 받은 본래의 모습(창세 1,26) 그대로를 간직한
참 인간상을 보게 된다.
불안과 절망이 교차하는 혼란스런 이 불신의 시대에
그분은 태양보다 앞서 하늘에 빛나는 샛별처럼
'믿음의 어머니'란 칭호에 합당한 당신 삶의 빛으로
다가올 새 시대의 비젼을 몸소 보여 주심으로써
우리를 희망에로 이끄신다.
사실 새 시대는
가장 보잘 것 없은 이가 가장 존중을 받는(마태 25,40)
마니피캇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오직 모성 안에서만 가능한데
성모 마리아는 당신의 티없고 자비로운 성심을 통해
하느님의 내밀한 본성
곧 신적 모성을 온전히 드러내신 것이다.
과연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고백처럼
하느님은 어머니이신 것이니
참된 구원은 모두 모성의 작업인 것이다.
계절의 여왕이요
여왕의 계절인
이 오월 성모성월에
우리는 성모 마리아의 삶을 깊이 새겨 보면서
하느님의 뜻에 그분처럼 온전히 '피앗'함으로써
우리 안에 구원의 '씨앗'을 간직하는
작은 마리아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옮긴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