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람의 숲속

ys형님 2014. 6. 21. 20:59



바람의 숲속

김주수

숲속을 거니는 것이,

    맑고 깊은 숲속을 거니는 것이
        마치
        내 영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이 느껴지는 까닭은
        그 속엔
        마르지 않는 깊고 촉촉한 숨의 물결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짙게 고여 있기 때문이요,
        그 숨의 웅덩이를 밟으며
        어린 제비처럼 날아다니는
        바람의 슬거운 눈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숲속에선
        숲의 숨과 나의 숨이
          하나의 가슴으로 이어져
            내가 숲의 숨 속으로 들어가고
              숲이 내 숨 안으로 들어오는데,
                  바람이
                    그 자분자분한 숨을 밟고
                      나뭇잎 아래의 햇살을 밟고
                        흙의 낮은 숨소리를 지나
                          다시 내 속눈썹을 스치며 지나가느니,
                              나는
                              나뭇잎 사이에 묻어있는
                              바람의 눈빛 몇 낱을 주워서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살며시 넣어둡니다.
                              언제고
                                어떤 이가 내 영혼 속으로 들어오거나,
                                  내가 어느 누군가의 영혼 속을 거닐 때,
                                    어쩌면
                                      그 바람의 눈빛을 따라
                                        숲의 숨결이 그림자처럼 소곳이
                                          배어나올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