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신록 - 서정주

ys형님 2014. 5. 14. 18:23

신록 - 서정주

 

신록
                                      서정주

어이할거나
아,나는 사랑을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잋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들은 어디에 있다가

이렇게 실타래 풀리듯 술술술 풀어지는지...,
푸르러가는 계절의 숨결이 너무도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감정이나 상황이나 느낌을

글로 명확하게 형상화시켜내는 작가들...,

그들은 정녕 천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