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9월의 기도/박화목·시인

ys형님 2020. 9. 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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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를 쫓는

초동의 목소리 차라리 한가로워

감사하는 마음 저마다 뿌듯하여

저녁놀 바라보면 어느 교회당의 저녁종소리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섬돌 아래 귀뚜라미도 한밤내 울어예리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내 마음 터전에도 소리 없이 낙엽 질텐데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진실로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아픔의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박화목·시인, 192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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