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처서/김춘수,박인걸

ys형님 2020. 8. 23. 07:51

처서 지나고

저녁에 가랑비가 내린다
태산목 커다란 나뭇잎이 젖는다
멀리 갔다가 혼자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한 번 멎었다가 가랑비는
한밤에 또 내린다
태산목 커다란 나뭇잎이
새로 한번 젖는다
새벽녘에는 할 수 없이
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
- 김춘수 시, <처서 지나고>

처서 소묘(素描)   /박인걸


낮 달 선명한 하늘에
햇살도 기가 꺾이고
느티나무 짙은 그늘에는
엷은 한기가 맴돈다.
귀뚜라미 처량하고

풀벌레 울음 애절한데
곱게 분장한 코스모스는
그리움을 가득물고 있다.
거칠게 부대끼며
생존의 몸부림으로
치열한 계절을 넘어온
野草들이 숭고하지만
이미 끝난 게임
점점 기우는 분위기
白露가 저만치서 기다린다.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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