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아침부터 그늘은 일어나 무릎꿇고 기도를 했지만 낡은 교각 뒤에서 떨던 몇 마리까지 차례로 끌려나와 탈색당하는 정오 연도에는 치를 떠는 數萬의 푸른 이파리들 (이상홍·시인, 1960-) 초여름의 풍경 날이 덥다 보이지 않는 새들이 나무 위에서 지저귄다 새들의 울음소리에 나뭇잎들이 시든다 더운 날 나무에게는 잦은 새 소리가 불안처럼 느껴진다 익어가는 토마토마다 빨갛게 독기가 차 오르고 철길을 기어가는 전철의 터진 내장에서 질질질 질긴 기름이 떨어진다 약속에 늦은 한낮이 헐레벌떡 달려온 아파트 화단엔 기다리는 풀벌레도 없다 아이의 손에 들린 풍선이 터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김재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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