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월/조양상

ys형님 2020. 2. 7. 18:06

 

 

2월

 

 

<조양상>

 

 

한시라도 바삐
겨울을 데리고
먼 길 떠나고 싶어 했던 너는
가난한 식솔들을 위해
위안부로 팔려간
우리 이모의 헤진 옷고름이다.

하루라도 빨리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이름마져도 잊어지길 원했던 너는
홍역을 겪어야 만이
쑥쑥 자랄 여린 영혼을 위해
까까머리 이마위에 얹어진
내 첫사랑의 젖은 손수건이다.


그런 너의 슬픔을 대신하여
저수지 얼음도 쩌렁쩌렁 울어주고
설움에 불어터진 버들강아지도
노란 개나리로 피어난다.


밤을 새워
여린 생명 피어나길
두 손 모아 빌어준 너는
침묵으로 겨울잠 깨우고는 요절한
계절의 어머니,


빈 쌀독 긁어모아
아침을 차려내신
울엄니의 정화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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