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2월이 가면 / 金秀映

ys형님 2019. 12. 31. 16:45


  
12월이 가면       金秀映
오 헨리의 마지막 담쟁이 잎새를 보듯
달력 12장 가운데 마지막 한 장이 
가는 한해를 아쉬워하듯
하얀 벽에 힘없이 창백하게 걸려 있다
열 한 달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
마지막 한 장이 뜯기는 날 
반갑지 않은  나이만 겉옷을 걸친다 
흘러간 시간은 모래 알처럼 셀 수 없어도
희로애락의 주연을 거뜬히 해치운 명 배우
초겨울 첫눈이 바람에 나부끼며
한 장 남은 달력에 마구 낙서를 하고 있다
단풍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에는
내 백골이 결려 있는 환영을 본다
까치밥으로 감나무에 달린 빨간 홍시
눈부신 은백의 눈꽃송이 고깔 모자를 쓰고
텅 빈 내마음을 곱게 물감 들이고 있다
그래도 너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행복지수가 올라가
무지갯빛 꿈이 주렁주렁 감처럼 달리는
새해의 달콤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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