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일 년에 몇 통의 편지를 보내는지요?
그리고 자신이 받아
보는 편지는 몇 통쯤 되는지요?
그립고 보고 싶던 사람으로부터 어느 날 날아온
한 장의 편지로 인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듯
어쩔 줄 몰라 하던 날은 없었는지요?
' 이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그대'라고 쓰여진 편지 말입니다.
거창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저 안부만 물었을 뿐인
편지를 받고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의 따스한
마음이 거기에 묻어나서일
겁니다.

둘.
돌이켜보면, 쓸쓸하거나 외로울 때
우리는 편지를 많이 쓰게
됩니다.
멀리 뚝 떨어져 있어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즐겁고 기쁜 일을 접했을 때보다
힘겹고 슬픈 일을 당했을
때,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는 '편지'라는
그 희망의 메시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나 역시 그랬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나 홀로 생활했을 때, 그때 나의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편지를 쓰는 일이었으니까요.
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야 당연했고, 특히 울적한 날이면
편지를 쓰느라 온밤을 하얗게 지새기가 일쑤였습니다.
덕분에 답장도 많이 받았습니다.
우체부 아저씨가 내 이름만 적혀 있으면 주소가 틀려도
내게 가져올 정도였으니까요.
내 삶에 따스한 위안을 주는
누구에게.....
내 편지의 첫 구절은 대개 그러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낯간지러운 구절이었지만
그때는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편지를 씀으로써 그들이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란)것을 깨달았고,
또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 삶이
따스한 불빛처럼
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셋.
세상을 향한 내 유일한 통로였던 편지.
그것이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한 여자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절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군에 입대할 무렵,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한 여자를 알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자꾸만 그녀에게 쏠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밤마다 내 아픈 마음을 달래느라
그녀에게
쓴 편지. 하얗게 밤을 새워 쓰긴 했지만 끝내
부치지도 못할 그 사연들.
깊은 밤,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대에게
건너가지 못할 사연들, 어쩌면 내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고백들이 절망의 높이만큼이나 쌓여 갑니다.
그립고 보고픈 사람이여, 아무리
불러도 지겹지 않은 이름이여,
나는 이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이 닿는 곳마다 그대는 새벽 안개처럼 피어오르니
나는 그저 조용히 눈을 감을 뿐입니다.
그럴수록 더욱 선명한 그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 쪽을
떼어 보낸다는 뜻입니다.
그대에게 닿을지 안 닿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다음날..?)나는 내 마음을 보내느라 피흘립니다.
밤새 그대 이름만 끼적이다 더 이상 편지를 쓸 수 없는
까닭은 이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 그대여, 밉도록 보고픈 사람이여.
이제 그만 들키고 싶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날마다 상처 투성이가 되는 내
마음을.....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