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초여름 풍경

ys형님 2019. 6. 30. 08:51


+ 초여름 밤의 비가

개구리 자지러질 듯
밤꽃 향내음 물씬한 교성
하,
부끄러워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그리움

그리움 총총히 박힌
하늘 자락에 걸어놓은 시계가
깜빡 졸다 떨어진

침상에는
설운 초여름 밤이 드러눕는다.

눅룩한 어둠을 가로질러
밤꽃 꺾어 내게 올
그 길에
촛불 하나 켜 놓았었는데 

뽀얀 안개 쓱 문지르고
성큼 들어서는 아침,
햇살이
참 눈부셔라.

(이복란·시인)




+ 초여름 풍경


날이 덥다
보이지 않는 새들이 나무 위에서 지저귄다
새들의 울음소리에 나뭇잎들이 시든다
더운 날 나무에게는 잦은 새 소리가
불안처럼 느껴진다
익어가는 토마토마다 빨갛게 독기가 차 오르고
철길을 기어가는 전철의 터진 내장에서
질질질 질긴 기름이 떨어진다
약속에 늦은 한낮이
헐레벌떡 달려온 아파트 화단엔
기다리는 풀 풀벌레도 없다
아이의 손에 들린 풍선이 터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김재혁·시인,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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