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0월의 시 2

ys형님 2014. 10. 2. 16:29

 

10월의 시

 

 

<가을날>          ----- 릴케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무거워져가는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에 없는 자는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토록 그렇게 살 것이며

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그를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혜맬 것입니다.

 

 

쿠울호의 백조 --- W. B. 에이츠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아름답고

숲속 오솔길은 메마른데

10월 황혼 아래 물은 거울되어

고요한 하늘을 비춘다.

바위 사이 넘치는 물 위엔

쉰 아홉 마리의 백조.

 

나 처음 그 백조들을 세어 본 이래

열 아홉번째의 가을이 찾아왔구나.

 

그 때는 미처 다 세기도 전에

모두들 갑자기 솟아 올라

커다란 부서진 원을 그려 회전하며

날개소리도 요란히 흩어지더니.

 

저 눈부신 것들을 바라보니

이내 가슴 쓰리도다.

맨 처음 이 물가에서

머리 위의 요란한 날개 소리

황혼에 들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걸었었건만

지금은 모든 것이 변하였구나.

 

아직도 지치지 않고 백조는 사랑하는 것들끼리

차가운 정든 물결 속을 헤엄치거나

공중으로 기어오른다.

그것들의 가슴은 늙지 않았다.

어디를 헤매든 정열이나 패기가

아직도 그들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고요한 물 위를 두둥실 떠 간다.

신비롭고 아름답게,

어느 골물 속에 그들은 집을 짓고

어느 호숫가나 연못에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인가.

나 어느 날 깨어나

그것들이 날아가 버린 걸 알게 될 그 날.

 

 

 

<가을 날>     ------ 헷새

 

숲 가의 가지들 금빛에 타오를 때

나는 홀로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몇 번이나 둘이서 걸었습니다.

 

이 좋은 날에

오랫 동안 마음에 지니고 있던

행복도 슬픔도 나에게서

이제 먼 향기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잔디풀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뛰어 놉니다.

거기 나도 끼어들어 어린이와 더불어

가락 맞춰 노래 합니다.

 

 

 

<가 을>     --- H. 헷세

 

숲 속의 새들이여,

얼마나 그대들의 노래는

단풍진 숲가에 나래치는고!

새들이여, 빨리 날아가거라!

 

이내 바람이 온다, 바람이 분다.

이내 죽음이 온다, 거둬들인다.

이내 회색빛 유령이 와서 웃음지으면

우리들의 가슴은 얼어 붙고

뜰은 그의 화려한 모습을 남김 없이 잃고

생명은 모든 그의 빛을 잃는다.

 

나뭇잎 속의 귀여운 새들이여!

사랑하는 작은 형제들이여!

자, 우리 즐겁게 노래합시다.

이내 우리들은 티끌이 됩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윌의 연가  (0) 2014.10.03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0) 2014.10.03
◐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0) 2014.10.01
시월의 시  (0) 2014.10.01
해묵은 뱃사공  (0) 201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