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방랑시인 김삿갓

ys형님 2014. 3. 24. 19:02

   

 

방랑시인 김삿갓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잔에 시 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세상이 싫든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린 사람 없는

 

 

 

이 거리 저 마을로
손을 젖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방랑시인의 로맨스


 랑시인 김삿갓이

죽장망혜竹杖芒鞋에 삿갓을 쓰고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을 유람하다가

함경도 단천에서 절세미인과 합방을 한 일이 있었다.

 

청춘 남녀의 첫날밤은

시간이 천금이 아닐 수 없지 않는가.

불이 꺼지고 천재 시인과 미인이 함께 어우러졌으니

어찌 즐거움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뜨거운 즐거움에 취해있던 김삿갓이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사람처럼 부리나케 일어나서

불을 켜더니 실망의 표정을 지으면서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솜씨로 일필휘지하니...

 

모심 내활 (毛深內闊) ; 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니,

 

필과 타인 (必過他人) ; 필시 타인이 지나간 자취로구나!

 

김삿갓은 이렇게 써놓고 여전히 입맛만 다시면서

한 숨을 내쉬고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김삿갓의 그러한 행동에 여인이

의아해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지라,

원앙금침에 홀로 남아 있던 여인은

첫날밤이라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살며시 감고 있던 눈을 뜨고는

김삿갓이 써 놓은 화선지를 살펴보더니만,

곱게 빛나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듯 하더니

이불에 앞만 가린 몸을 살포시 일으켜 세워

백옥 같은 몸을 드러내며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거침없이 내려쓰기 시작했다.

후원 황률 불봉탁 (後園黃栗不蜂坼);

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계변 양유 불우장 (溪邊楊柳不雨長);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답니다!

 

 

글을 마친 미인은 김삿갓을 보며

 

수즙은 듯 방긋이 웃더니

제 자리로 돌아가 눈을 사르르 감고 누우며

아름다움과 여유를 내보이는 듯했다.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와 써 놓은 답글을 본 김삿갓은

잠시 풀렸던 흥이 다시 샘솟으며

여인을 끌어안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함에 화답하는

여인의 의연한 자태도 자태지만

이에 응답하는 멋진 시상詩想은

역시 천하에 천재시인도 녹아나지 않고 못 견디지요!

이렇게 풍류가 있고

낭만적인 여유로움으로 시작된 그 첫날밤,

그 즐거움과 그 황홀함,

그 정도가 어디메 인고,

가늠하기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