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섣달 그믐날

ys형님 2014. 1. 31. 00:20

 

 

 


섣달 그믐날

  

                    김 남조

 

새 해 와서 앉으라고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당신이라 부르련다 

 

제야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걸 

뚫어서 구멍내는 눈짓으로 

나는 바라봐야겠어 

 

세상은 새해맞은 흥분으로 출렁이는데 

당신은 눈 침침, 귀도 멍멍하니 

나와 잘 어울리는 내사랑 아니겠는가 

 

마지막이란 심오한 사상이다. 

누구라도 그의 생의 

섣달 그믐날을 향해 달려 가거늘 

이야말로 평등의 완성이다. 

 

조금남은 시간을 시금처럼 

귀하게 나누어 주고 

여윈몸 훠이훠이 가고 있는 당신은 

가장 정직한 청빈이다. 

 

하여 나는 

가난한 예배를 바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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