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들녘/추분(秋分)
가을의 들녘-추분(秋分)
물은 가장 큰 하나를 향해 내려만 가고
사람은 가장 높은 하나를 위해 계속 올라만 가려든다.
바다는 가장 깊고 넓은 하나이고 정상은 가장 높고 뾰죽한 하나이다.
닿는 곳은 하나이나 길은 천갈래만갈래다.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에 따라 길은 다 다른 것이
대도무문(大道無門)의 또 다른 의미는 아닐까?
9월22일, 음력8월6일은 추분이다. 24절기는 크게 네 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 로 나뉘고
각 계절마다 3개월씩을 배정하여 일 년 열두 달이 되며
각 달마다 입절과 중기라는 것을 두니 24절기가 되는 것이다.
각 철이 드는 첫 달은 ‘설 입(立)’자를 넣어
’입춘, 입하, 입추, 입동‘으로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고 둘째 달은 각 계절을 가르는 가운데이므로 춘분, 하지, 추분, 동지의 중기가 오게 된다.
추분은 음력 8월의 중기이고 가을의 중기이며
춘분이 태양의 황경이 0도인 기준점이라면 추분은 절반인 황경 180도의 시점이 될 때이다.
절기로는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든다.
춘분과 추분은 다 같이 밤과 낮의 길이가 거의 같은 시점이다.
그러나 춘분은 양(여름)으로 가는 기준점이라
이날을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지고 기온도 차차 올라가며
추분은 음(겨울)으로 가는 기준점이 되므로
추분을 지나면 밤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고
모든 생명도 인생살이도 이 과정(運운)을 벗어날 수 없다.
가을에 모를 심는 사람은 철을 모르는 철부지(節不知)다.
그러므로 춘분을 지나면 심고 가꾸고 활동하는 데 생활의 초점을 맞춰야하고
추분을 맞이하면 거두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나쁜 운이 따로 있음이 아니요
그 때(운)에 내가 잘 맞추지 못한 것일 뿐이다.
추분이란 절기를 하루에 비유하면 퇴근시간 무렵이고
인생에 견주면 60대 중반에 해당할 것이다.
생활의 패턴과 삶의 질이 바뀌어야할 시점이
돌아보고 추스르고 감사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풍성한 가을을 더욱 윤택하게 채색해가자.
가을은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가르는 계절이다. 알곡은 깊이 잘 갈무리할 것이요 쭉정이나 미련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내 잘못이나 탐욕은 낙엽처럼 떨쳐버리는 것이 계절과 함께하는 삶의 지혜임을 가슴에 사려 담자고 다짐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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