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초여름 풍경/김재혁·시인

ys형님 2020. 6. 27. 08:34

+ 초여름 풍경


날이 덥다
보이지 않는 새들이 나무 위에서 지저귄다
새들의 울음소리에 나뭇잎들이 시든다
더운 날 나무에게는 잦은 새 소리가
불안처럼 느껴진다
익어가는 토마토마다 빨갛게 독기가 차 오르고
철길을 기어가는 전철의 터진 내장에서
질질질 질긴 기름이 떨어진다
약속에 늦은 한낮이
헐레벌떡 달려온 아파트 화단엔
기다리는 풀 풀벌레도 없다
아이의 손에 들린 풍선이 터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김재혁·시인,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