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씨앗 하나가 /문근영/두근거려 보니 알겠다/봄날/조마선시인

ys형님 2020. 4. 4. 08:44


씨앗 하나가


꼼틀 꼼틀 태기가 있었나보다
햇볕의 담금질로 해산할 모양이다
어둠을 꼬박 지새운 길에서
산통 때문에 이리저리 몸을 가누고 있다
은하수 같은 꿈을 왈칵왈칵 쏟아 놓고
꽃밭인 듯 가슴 졸인 머리를 빠끔히 내민다
해산의 꿈들이 어둠을 헤엄쳐와
줄줄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탄생
꽃잎 하나 살며시 열고 햇살이 내려와 앉는다
가슴으로 빨려들 듯 봄이 반짝인다


(문근영·시인, 대구 출생)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반칠환·시인, 1964)



 


 

 봄날


얼음장 밑으로
시냇물이 실뱀처럼 스르르
몸을 푼다
버들강아지
금빛 은빛 햇살 모아
보송보송 하얀 솜털 고른다
새싹이
목 길게 빼고 두리번두리번
늘어나는 가족 얼굴 익힌다
대문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개나리 으스스 추운지
햇볕 치맛자락을 끌어다 덮는다


(조미선·시인, 경남 진주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