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풍경
정 연 숙
눈 오는 날에는
시인의 마을에는 때묻지 않은
눈사람이 다녀갑니다
함박눈도 참을 수 없는지
서로 얼굴을 만지며
만나지 못한 그리움들이 눈물로 번져
그리움으로 날아들고
하얀 눈이 내리면
하얀 연인이 되고 싶은 마음
겨울에도 다시 피고 싶은 마음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떨어져
나뭇가지에 꽃으로 피는 마음
흰 눈처럼 순수하게
흰 눈처럼 부드럽게
마중나갔다 돌아오는 길
아무도 밟지 않는 그 길 위에
내 발자국만 또박또박 찍고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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